팔굽혀펴기
박제영
"내가 말이야 요즘 팔굽혀펴기를 시작했잖냐 아침 저녁으로 20회씩 봐라 이 알통"
"글세 이 마누라가 술김에 한 번 업어줄라고 했는데 슬슬 피하지 뭐야"
"남편이 업다 말고 휘청거리면 어쩌나 싶었던 거지"
"요즘은 제법 근이 나가긴 나가거든"
"처녀 때는 정말 날씬하고 가벼웠는데"
"그때는 마누라 업고 십리도 갔어야"
"눈치를 보니까 요즘 살 뺀답시고 몰래 운동 다니는 것 같더라구"
"그치만 어쩌겠어 고생한 세월이, 나이가 붙인 살인데 쉽게 뺄 수 있겠나"
"차라리 내가 근력을 키우는 게 쉽겠다 생각했지"
"물구나무 서서 팔굽혀펴기 50회쯤 할 수 있게 되면 그때는 거뜬히 업지 않겠냐"
"새털이네 새털이야 하면서 마누라 업고 십 리만 갈 수 있다면 그깟 팔굽혀펴기 천 번인들
못하겠냐"
"마누라 마음만이라도 새털처럼 가벼워질 수만 있다면 만 번인들 못하겠냐"
오십을 훌쩍 넘긴, 58년 개띠 재붕이 형
느닷없이 술집 바닥에서 팔굽혀펴기를 보여주는 것인데
-계간『리토피아』(2011, 겨울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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