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박 목 월
외부에서 오는 것은
9할은 잡음이요,
1할은
실용적 용건이다.
그러나
벨이 울릴 적마다
가슴이 뛰었다.
얼음으로 냉장된 공간을 타고 오는 것은
9할은 잡음이요
1할은
실용적 용건이지만.
벨이 울릴 적마다
나는
순수한 음성과
청명한 통화를 기다렸다.
그러나
팔팔한 것이라곤
푸성귀 하나도 없는
이 깊은
겨울의 칩거
다만
찬 달빛에 얼어서 빛나는
끝없이 뻗어간
한 오리 통로를 타고 오는 것은
9할은 잡음
1할은
실용적 용건이지만
외부에서 오는 것은
9할은 잡음
1할은
실용적 용건이지만
나와 이어 있는 저편에
신은 반드시 존재하시고
또한
그의 음성은 들려올 것이다.
이 깊은
겨울 칩거 속에서도
내 자리 한귀퉁이는
귀로 여리고
전화로 내 가까이
존재한다.
- 시집『크고 부드러운 손』(민예원, 2003)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飛梅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박제영]팔굽혀펴기 (0) | 2011.12.18 |
|---|---|
| [스크랩] [김기림] 바다와 나비 (0) | 2011.12.18 |
| [스크랩] [도종환] 따뜻한 찻잔 (0) | 2011.12.18 |
| [스크랩] [김은정] 문 (0) | 2011.12.18 |
| [스크랩] [최금진] 길에서 길까지 (0) | 2011.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