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찻잔
도종환
맨 살에 손을 댔는데 참 따뜻하다
한 손으로 아래를 받치고
한 손을 둥글게 감싸 살에 대는 순간
손바닥 전체를 가득하게 밀고 들어오는 온기
오래오래 사랑스러운 사람은
뜨거운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다
아침부터 희끗희끗 눈발 치는데
두 손 감싸 뿌듯하게 살을 만지고 있다가
공손히 입술을 대는 순간
가만히 눈이 감긴다
몸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르르 녹아내리는
한 잔의 밀애密愛
-『시와환상』(2011, 겨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전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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