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김은정] 문

문근영 2011. 12. 18. 12:03

 

 

 

김은정

 

 

 

 

보름달이 떴습니다.

만월문입니다.

 

키가 작은 나는 달을 향해 발뒤꿈치를 듭니다.

두 손을 쫙 펴고 두 팔 높이 들어 올려 손을 가까이

잼잼 하던 손가락을 사이좋게 붙이고 손바닥을 가까이

금색을 껴안은 은빛 달의 볼에 부드럽게 갖다 댑니다.

 

아마도 저 건너 저 너머 캄캄하게 복잡한 우주에서는

귀인을 찾는 초인종 소리가 커다랗게 울렸을 겁니다.

 

나의 기척이 그 곳으로 가서 나를 전했을 겁니다.

손을 가까이, 온몸을 가까이, 영육을 다하여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꾸~욱 누릅니다.

 

"누구세요?"

하고 누군가가 우주의 문을 열고

나올 것 같지 않습니까?

 

 

 

 

- 『시와환상』(2011,겨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전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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