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김은정
보름달이 떴습니다.
만월문입니다.
키가 작은 나는 달을 향해 발뒤꿈치를 듭니다.
두 손을 쫙 펴고 두 팔 높이 들어 올려 손을 가까이
잼잼 하던 손가락을 사이좋게 붙이고 손바닥을 가까이
금색을 껴안은 은빛 달의 볼에 부드럽게 갖다 댑니다.
아마도 저 건너 저 너머 캄캄하게 복잡한 우주에서는
귀인을 찾는 초인종 소리가 커다랗게 울렸을 겁니다.
나의 기척이 그 곳으로 가서 나를 전했을 겁니다.
손을 가까이, 온몸을 가까이, 영육을 다하여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꾸~욱 누릅니다.
"누구세요?"
하고 누군가가 우주의 문을 열고
나올 것 같지 않습니까?
- 『시와환상』(2011,겨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전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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