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논
박운식
얘야 여시골 논다랑이 묵히지 마라
니 어미하고 긴긴 해 허기를 참아가며
손바닥에 피가 나도록
괭이질해서 만든 논이다
바람 불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아픈 세월 논다랑이 집 삼아 살아왔다
서로 붙들고 울기도 많이 했었다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 묵히지 마라
둘째 다랑이 찬물받이 벼는 어떠냐
다섯째 다랑이 중간쯤 큰 돌 박혔다
부디 보습날 조심하거라
자주자주 논밭에 가보아라
주인의 발소리 듣고 곡식들이 자라느니라
거동조차 못하시어 누워계셔도
눈 감으면 환하게 떠오르는 아버지의 논
-시집『아버지의 논』(詩와에세이, 2005)
**박운식
1946년 충복 영동 출생.
1974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시집으로 『연가』, 『모두 모두 즐거워서 술도 먹고 떡도 먹고』 등이 있다.
현재 영동 황간에서 무공해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보리향(菩提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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