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도종환] 따뜻한 찻잔

문근영 2011. 12. 18. 14:04

 

 

 

따뜻한 찻잔

 

 

도종환

 

 

 

맨 살에 손을 댔는데 참 따뜻하다

한 손으로 아래를 받치고

한 손을 둥글게 감싸 살에 대는 순간

손바닥 전체를 가득하게 밀고 들어오는 온기

오래오래 사랑스러운 사람은

뜨거운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다

아침부터 희끗희끗 눈발 치는데

두 손 감싸 뿌듯하게 살을 만지고 있다가

공손히 입술을 대는 순간

가만히 눈이 감긴다

몸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르르 녹아내리는

한 잔의 밀애密愛

 

 

 

 

-『시와환상』(2011, 겨울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전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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