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019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권영하 거 미 권 영 하 하늘 끝 마천루 정수리에 밧줄을 꽁꽁 묶었다 동아줄 토해내며 낙하하는 몸으로 건물의 창을 닦으며 절벽으로 내려간다 빌딩들 눈부시게 플래시를 터트려도 허공길 유리블록 사뿐히 밟으면서 수족관 물고기처럼 살랑살랑 물호수를 흔들며 헤엄친다 뙤약볕 빨아먹은 유리.. 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2019.01.01
[스크랩] [2019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성다영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도로에 커다란 돌 하나가 있다 이 풍경은 낯설다 도로에 돌무더기가 있다 이 풍경은 이해된다 그린벨트로 묶인 산속을 걷는다 끝으로 도달하며 계속해서 갈라지는 나뭇가지 모든 것에는 규칙이 있다 예외가 있다면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할 뿐이다 그렇게 말하고 .. 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2019.01.01
[스크랩] [2019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이성배 부드러운 시간을 어느 곳에 쓰면 좋을까 이성배 미선나무 가지마다 밥알 같은 꽃들이 총상꽃차례*로 수북하다. 이 부드러운 시간을 어느 곳에 쓰면 좋을까. 십여년 전 겨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무차별 폭격이 있을 때 나는 군고구마를 사 들고 눈 오는 거리를 걸었지 싶다. 재빨리 움.. 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2019.01.01
[스크랩] 201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문혜연 당신의 당신 문혜연 새들의 울음은 그들의 이름이 됩니다 우리는, 어떤 이름을 갖게 될까요 원래 인간은 제 이름보다 남의 이름을 더 많이 부르는 종이잖아요 나는 당신의, 당신은 나의 이름을 새들에게 우리는 우리일까요 우리를 대신할 말을 찾아요 수많은 단어들이 사라져요 뻐끔거리.. 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2019.01.01
[스크랩] 201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노혜진 엄마는 저렇게 걸어오지 않는다 노혜진 예순두 살에 뽀얀 속살입니다 시야각으로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다 벗고 만날 수 있고 온몸을 훑고도 괜찮아요 엄마는 때수건과 우유를 손에 들고 옵니다 우리는 깨끗해집니다 두꺼운 발톱과 무좀을 병이라 부릅니다 탕의 수증기는 소리와 이야기.. 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2019.01.01
[스크랩] 문화 [2019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김윤진 `소(沼)` 고양이소에서 정말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당신은 물웅덩이를 지켰다. 짙은 녹색의 고양이소처럼 당신의 집은 고양이의 눈처럼 깊고 고요하다. 가만히 있다가도 다이빙하거나 발을 헛디뎌서 누가 그 깊이를 만지면, 털을 바짝 세우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가릉, 하고 울어댔다. 몸.. 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2019.01.01
[스크랩] 2018 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박쥐`…윤여진 ◆시 당선작 ‘박쥐’ 있잖아 이 붉은 지퍼를 올리면 그녀의 방이 있어 내가 구르기도 전에 발등을 내쳤던 신음, 그녀의 손가락을 잡으면 구슬을 고르듯 둥근 호흡이 미끄러져 들어왔지 켜켜이 나를 쌓던 그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걸 알았는지, 나는 그녀의 배를 뚫고 나왔어 처음으로 .. 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2018.01.02
[스크랩] 2018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등대- 유하문 지붕 낮은 집들이 송이버섯처럼 엎드려 있는 작은 마을 앞 바다에 방파제가 두 팔 벌려 마을을 넘보는 거센 파도 막아 줍니다. 근심 끝에 파수병 하나 하얀 총 들고 서 있습니다. 멀리 부레옥잠처럼 떠 있는 형제 섬들 너머로 아침나절 조업나간 배들이 돌아오고, 서녘 하늘 피조개 속살 .. 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2018.01.02
[스크랩] 2018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 부문]이인애 `가위질은 이렇게` 이인애 '가위질은 이렇게' 엄마의 엄지와 약지는 사이에서 놀고 있는 손가락들을 움직이게 하는 두 가닥의 힘이다 엄마는 매일 아침 낮은 간판 아래 무릎을 꿇는다 빠져나갈 구멍만 있으면, 하며 집을 나와 미장원 열쇠구멍이나 찾는 엄마 날이 마모된 커트용 가위가 정수리에서 밀려나.. 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2018.01.02
[스크랩] 2018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미륵을 묻다 / 김형수 2018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미륵을 묻다 /김형수 이천여 년 전의 방가지똥 씨앗이 스스로 발아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한 해밖에 못 사는 풀이 때를 기다린 것이다 사랑할 만한 세상이 오지 않아 이천 년 동안 눈 감은 태연함이라니 고작 일 년 살자고 이천 년을 깜깜 세상 잠잤다니 .. 2022 신춘문예 詩 당선작 2018.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