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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온난화의 불평등, 한국은? / 임성진

문근영 2019. 1. 1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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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의 불평등, 한국은?

                                                    임 성 진(전주대 사회과학부 교수)

지난 7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유엔기후변화회의(UNFCCC COP15)가 열리고 있다. 이번 회의는 교토의정서에서 합의한 1차 온실가스의무감축기간이 2012년 종료됨에 따라 향후의 감축목표와 의정서체제를 결정해야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진행 중이다. 이미 수많은 과학자들이 전 지구를 덮칠 재앙을 피하려면 지구의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2℃상승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왔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이번 회의에서 지구전체를 통틀어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50~85%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에 대한 합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1992년 리오데자네이로에서 기후변화협약이 처음 체결된 이후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본격화되었지만 전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은 여전히 늘고만 있다.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 지난해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은 41%나 증가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만도 증가율이 연평균 3.4%에 이른다. 각국의 요란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저탄소산업과 에너지체제로의 전환에 성공적인 국가는 독일 등 몇 개 나라에 한정돼있고, 개도국에서의 온실가스배출량은 해마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빈국은 온난화피해를 떠안고 더욱 빈곤해져


심각한 기후변화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음에도 각국이 자기 입장을 내세우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온난화를 유발시키며 얻는 산업화 이익과 기후피해가 불평등하다는 점에 있다. 선진국이 산업화이후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부를 축적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지구온난화에 책임이 작은 빈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떠안은 채 갈수록 심해지는 빈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늦게 산업화에 뛰어든 신흥 개도국의 경우도 선진국과 같은 기준의 온실가스감축의무를 지게 된다면 역사적으로 공평치 못한 책임을 떠안게 된다. 온난화가 지닌 이러한 불평등의 문제는 이번 코펜하겐회의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남태평양의 한 작은 섬나라인 투발루가 지구평균기온의 상승폭을 2℃가 아닌 1.5℃로 제한해야 한다면서,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들도 법적 감축의무를 지는 새로운 협약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국가들과 일부 아프리카 최빈국들이 이에 즉각 동조하면서 큰 파란이 일고 있다. 그들의 이유는 절박하다. 총인구가 만여 명에 불과한 이 조그마한 섬나라는 그들과 무관한 먼 나라 사람들이 저지른 과오 때문에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해수면상승으로 비슷한 위기에 처한 다른 군소 섬나라들 역시 억울한 피해자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가난한 대륙 아프리카도 온실가스배출량은 지구전체의 4%에 불과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재앙은 극심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급격한 사막화와 가뭄, 그리고 홍수피해로 인해 수천만 명이 아사위기에 처해있으며, 매년 기후변화로 인한 희생자만도 1억 6천여 명에 달한다.

티벳의 고원지대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40년간 이 곳 빙하의 2/3가 사라졌으며 향후 10년 안에 나머지도 모두 녹아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구의 빈곤층에 속하는 최소 10억 명의 사람들이 물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이들 빈국의 사정과는 달리 중국, 인도, 한국과 같은 개도국은 급속한 경제개발로 산업화의 이익은 선진국과 공유하는 반면 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그리 절박하지 않다. 그래서 여전히 느슨한 수준의 감축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 나라 역시 지구온난화에 분명한 책임이 있는 이상 자신이 져야할 만큼의 의무는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 정책에 선도적인 국가가 미래시장을 선점한다니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아야 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개도국 모두가 앞으로도 늘 이렇게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향후에는 오히려 이들 중에서 기후변화정책에 적극적인 국가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에 주도적인 국가가 새로운 미래시장을 선점한다는 것이 선진국 사례를 통해 이미 인지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한국은 과연 어느 위치에 서있게 될까?

한국은 온실가스배출량이 세계 9위임과 동시에 배출증가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나라로서 이제 더 이상 온난화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다행히 정부가 이번 코펜하겐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개도국 중 선도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그 말만 믿고 반기기에는 어쩐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자발적으로 감축은 하되 성장에 필요한 만큼 배출한다는 매우 이중적인 전략을 세웠다. 여기서 정부가 말하는 자발적 감축이란 지난 11월에 발표한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의 감축목표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 목표치는 COP15 공동대응단이 요구한 25% 이상 감축에 턱없이 부족함은 물론 브라질의 20% 감축목표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수치이다. 이것이 과연 지난 백년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22번째로 온난화에 책임이 있는 국가가 취할 선도적 자세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미래를 향한 에너지와 산업체제전환은 정부계획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한국이 온난화문제에 있어서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인류에 대한 당연한 자기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기후변화회의를 유치하고 토목사업을 녹색성장으로 포장하는 정치기술이 아니라, 온난화의 불평등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시장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진정성 있는 의지와 자기변화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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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임성진
· 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부교수(환경·에너지정책)
· 전주대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 소장
· 제8기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 전 베를린 자유대학교 환경정책연구소(FFU) 연구원
· 저서 : 『Least-Cost Planning als Losungsansatz klimabezogener Energiepolitik』,『물문제의 성찰』 등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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