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고 싶은 법정스님의 글 1021

:[법정스님의 오두막편지4] 뜰에 해바라기가 피었네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 제04회] 뜰에 해바라기가 피었네 자다가 깨어나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가 이내 털고 일어나 이 글을 쓴다. 일어날 시간이 되지 않았더라도 일단 깨어났으면 더 뭉갤 필요가 없다. 눈이 떠졌는데도 잠자리에서 뭉그적거리면 게으른 버릇밖에 길러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

[법정스님의 오두막편지5] 자기 관리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 제05회] 자기 관리 가을이 짙어간다. 서리가 하얗게 내리고 개울가에는 살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성급한 나뭇잎들은 서릿바람에 우수수 무너져 내린다. 나는 올 가을에 하려고 예정했던 일들을 미룬 채 이 가을을 무료히 보내고 있다. 무장공비 침투로 영동지방 일대는 어디..

[법정스님의 오두막편지 6]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 제06회]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12월이다.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이르렀다. 지나온 날들이 새삼스레 되돌아보이는 마루턱에 올라선 것이다. 마르틴 부버가 하시다즘(유태교 신비주의)에 따른 <인간의 길>에서 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

[법정스님의 오두막편지7] 청정한 승가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 제07회] 청정한 승가 며칠 전 남쪽을 행각하다가 지리산 자락의 한 객사客舍에서 하룻밤 쉬는데, 때마침 부슬부슬 봄비가 내렸다. 밤새 내리는 봄비 소리를 들으면서 메마른 내 속뜰을 적셨다. 나는 무슨 인연으로 출가 수행자가 되어 이 산중에서 한밤중 비 내리는 소리에 ..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8] 바람 부는 세상에서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 제08회] 바람 부는 세상에서 지난 밤 이 산골짜기에는 거센 바람이 불어댔다.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도록 바람이 휘몰아쳤다. 아침에 일어나 나가보니 여기저기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창문을 가렸던 비닐이 갈기갈기 뜯겨 나가 있었다. 그리고 아궁이에 재를 ..

[법정스님의 오두막편지9]그 산중에 무엇이 있는가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 제09회] 그 산중에 무엇이 있는가 연말에 편지를 몇 통 받았다. 평소에는 서로가 잊은 채 소원히 지내다가도, 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 이르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존경하는 목사님 한 분은 해마다 카드를 보내주는데, 올해도 거르지 않고 '더 늙기 전에 스님 ..

[법정스님의 '오두막편지'10]새벽 달빛 아래서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 제10회] 새벽 달빛 아래서 예불을 마치고 뜰에 나가 새벽달을 바라보았다. 중천에 떠 있는 열여드레 달이 둘레에 무수한 별들을 거느리고 있다. 잎이 져버린 돌배나무 그림자가 수묵으로 그린 그림처럼 뜰가에 번진다. 달빛이 그려 놓은 그림이라 나뭇가지들이 실체보다도 ..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11] 장작 벼늘을 바라보며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 제11회] 장작 벼늘을 바라보며 장마가 오기 전에 서둘러 땔감을 마련했다. 한 여름에 땔감이라니 듣기만 해도 덥게 여길지 모르지만, 궁벽한 곳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만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다. 오두막에 일이 있을 때마다 와서 도와주는 일꾼이 지난 ..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12] 새벽에 내리는 비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 제12회] 새벽에 내리는 비 새벽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맡에 소근소근 다가서는 저 부드러운 발자국 소리. 개울물 소리에 실려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살아 있는 우주의 맥박을 느낄 수 있다. 새벽에 내리는 빗소리에서 나는 ..

[법정스님의 '오두막편지'13]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 제13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 나는 중이 되지 않았으면 목수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일용에 쓰일 물건을 만들기 위해 연장을 가지고 똑닥거리고 있으면 아무 잡념도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나하나 형성되어 가는 그 과정이 또한 즐겁다. 며칠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