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서 문신을 새기다
박남준
한때는 강력한 제국을 이뤘으나
변방으로 내몰린 나라
가다가다 몽골의 초원을 달리다 신기루처럼 만난
바다.
바다인줄 알았다 아니 바다였다 초원의 바다
그 초원의 바다가
종일 시야의 먼 경계를 따라다녔다
우기의 몽골
벼락이 내리 꽂히는 나무 같은 길이 선명하다
틈만 나면 무지개가 떴다
쌍무지개가 뜨기도 했다
게르의 침대에 눕거나 엎드려 시를 썼다
새벽녘 초원의 수평선에서 사막의 지평선으로 내달리다
던지듯 벗어버리고 뒹굴다 누워
별들이 머리맡으로부터 발끝까지 다가오는
꿈이 아닌 풍경에 눈물 흘리기도 했다
그 새벽은
세상의 사진기로는 담을 수 없으므로
두 눈에 써넣었다
처절하도록 아름답고 고통스럽게 문신을 새겼다
<화요문학> 2018년.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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