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주춤
정수자
욱여넣은 새 구두에 뒤꿈치를 깨물리며
만혼의 식장을 엉거주춤 찍고 올 때
생이란 무지외반증처럼 울며 걷는 거였다
부풀던 물집 터져 집이 점점 멀어져도
절며 절며 신고 가는 낙장불입 진창처럼
틀어진 엄지발가락들은 돌아올 줄 몰랐다
신도 벗도 못 한 채 판돈 없이 엉긴 나날
눈물을 다 걸어도 詩광 한번 못 팔고
제풀에 굽고 휜 것들만 옹이 꽃을 피운다
<현대시학> 2018년 9 · 10월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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