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엉거주춤 / 정수자<시조>

문근영 2019. 1. 19. 08:53

엉거주춤 


정수자 


욱여넣은 새 구두에 뒤꿈치를 깨물리며 


만혼의 식장을 엉거주춤 찍고 올 때 


생이란 무지외반증처럼 울며 걷는 거였다 


부풀던 물집 터져 집이 점점 멀어져도 


절며 절며 신고 가는 낙장불입 진창처럼 


틀어진 엄지발가락들은 돌아올 줄 몰랐다 


신도 벗도 못 한 채 판돈 없이 엉긴 나날 


눈물을 다 걸어도 詩광 한번 못 팔고 


제풀에 굽고 휜 것들만 옹이 꽃을 피운다 


<현대시학> 2018년 9 · 10월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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