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꽃의 서사 / 박기섭<시조>

문근영 2019. 1. 19. 08:53

꽃의 서사

 

박기섭

 

 

꽃의 하복부엔 범람의 기억이 있다

전력 질주 끝에 터지는 모세혈관

겹겹이 오므린 시간의, 그 오래고 먼 기억

 

피를 흘리면서 황급히 피었다가

피를 닦으면서 서둘러 지기도 하는

꽃이여, 뉠 곳도 없는 그대 전라의 무게여

 

꽃의 낯바닥엔 짓무른 자국이 있다

신음을 삼키면서 혀가 혀를 물고

쥐었다 놓는 순간에 바스라지는 꽃의 서사

 

<정형시학> 2018년 여름호.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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