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몽상가의 턱 / 오현정

문근영 2019. 1. 19. 08:43

몽상가의 턱

오 현 정

 

 

잠 없는 몽상가들은 얼굴 중앙에서 아래쪽까지

이어지는 부분에 손을 괴고

오늘밤도 그럴 턱이 있나

주억거리던 생각을 발음하다 턱이 빠질 때쯤

한 턱 낼 일, 터트리지

 

김수영의 거침없는 기개의 턱은 풀을 일으키고

아고리*의 섹시한 턱은 불멸의 그림을

머라이어 캐리**의 귀여운 턱은 오만대신 사랑을

빨간 바지 복부인의 주걱턱은 파란 집으로 데려갔던 턱

한 턱 내도 아깝지 않은 턱이지

 

나의 아래 위 턱 긴 곡선을 도려내며

아들 취직했을 때 한 턱

딸 얻었을 때 두 턱, 붉은 포도주를 마시고

브이라인이 되는 동안 귀밑 사각턱부터 옆 턱까지

흘린 피는 가슴에 검은 주름을 만들었지

 

레드카펫의 문턱에는 몽상가의 삶이 턱을 괴고 사유중이지

버릇과 인상을 턱이 빠져라 하초에 힘을 주고 씹을수록 열리지 않는 궁

꿈꾸는 자의 턱살을 만지려 훗날의 맥을 짚었지

기둥을 세우려 동시교정에 들어간 문리의 턱뼈

tuck 잡힌 날렵한 턱시도 언제 입을지

 

* 이중섭의 발달된 긴 턱을 일본사람들이 붙여준 별명. 아고()+()의 뜻.

**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1970~): Hero, Emotion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히트곡을 부른 미국 팝계의 디바.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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