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정진규
미리 젖어 있는 몸들을 아니? 네가 이윽고 적시기 시작하면 한 번 더 젖
는 몸들을 아니? 마지막 물기까지 뽑아 올려 마중하는 것들 용 쓰는 것 아
니? 비 내리기 직전 가문 날 나뭇가지들 끝엔 물방울이 맺혀있다 지리산
고로쇠나무들이 그걸 제일 잘 한다 미리 젖어 있어야 더 잘 젖을 수 있다
새들도 그걸 몸으로 알고 둥지에 스며들어 날개를 접는다 가지를 스치지
않는다 그 참에 알을 품는다
봄비 내린다
저도 젖은 제 몸을 한 번 더 적신다
-정진규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꼽추 / 김기택 (0) | 2019.01.19 |
---|---|
[스크랩] 귀신이 청탁한 시 / 박지웅 (0) | 2019.01.19 |
[스크랩] 몽상가의 턱 / 오현정 (0) | 2019.01.19 |
[스크랩] 석이石耳 / 정용기 (0) | 2019.01.19 |
[스크랩] 좋은 言語 / 신동엽 (0) | 2019.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