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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76. 시를 잘 쓰려면

문근영 2018. 7. 17. 06:13



[다산어록청상] 76. 시를 잘 쓰려면

      

    시를 잘 쓰려면

    시는 뜻을 말하는 것이다. 뜻이 본시 낮고 더럽고 보면 비록 억지로 맑고 높은 말을 하더라도 알맹이가 없게 된다. 뜻이 좁고 비루하면 비록 툭 터진 말을 한다고 해도 사정에 꼭 들어맞지 않는다. 시를 배우면서 그 뜻을 온축하지 않는 것은 거름흙에서 맑은 샘물을 긷고 고약한 가죽나무에서 기이한 향기를 구하려는 것과 다름없다. 죽을 때까지 하더라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하늘과 사람, 본성과 천명의 이치를 알고,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의 나뉨을 살펴 티끌과 찌꺼기를 깨끗이 닦아 그 맑고 참됨을 발현시키면 가능하다. -〈초의승 의순을 위해 준 말[爲草衣僧意洵贈言]〉 7-304



    詩者言志也. 志本卑汚, 雖強作淸高之言, 不成理致. 志本寡陋, 雖強作曠達之言, 不切事情. 學詩而不稽其志, 猶瀝淸泉於糞壤, 求奇芬於臭樗, 畢世而不可得也. 然則奈何? 識天人性命之理,  察人心道心之分, 淨其塵滓, 發其淸眞, 斯可矣.


    시론 책을 되풀이해 읽는다고 좋은 시를 쓸 수는 없다. 훌륭한 시를 줄줄 외워도 소용없다. 시는 배워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그냥 가만 있으면 저절로 되는가? 턱도 없는 소리다. 뜻이 높아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뜻이 넓어야 맞는 말을 할 수 있다. 뜻이 없으면 시도 없다. 시를 잘 쓰려면 뜻을 길러야 한다. 똥물을 걸러 샘물로 만들 수는 없다. 시가 안 써지거든 삶의 자리를 돌아보라. 마음에 덕지덕지 묻은 찌꺼기를 닦아내고 맑고 참된 지혜의 등불을 높이 내걸어라. 시는 그 다음의 일이다.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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