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어록청상] 74. 시의 두 가지 어려움
시에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글자를 조탁하고 구절을 단련하는 것을 정밀하고 익숙하게 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물을 체득하고 정감을 그려내는 미묘함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자연스러운 것이 첫 번째 어려움이고, 해맑으면서 여운이 있는 것이 두 번째 어려움이다. -〈범재집서(泛齋集序)〉 6-61
詩有二難. 非琢字鍊句之精熟之難, 非體物寫情之微妙之難. 唯自然一難也, 瀏然其有餘韻二難也.
좋은 시는 사람의 눈을 놀라게 하지 않는다. 야무지고 찰진 것도 좋고,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지점을 붙들어 눈앞에 펼쳐내는 재주도 좋지만, 이것이 시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시 창작에서 정말 어려운 지점은 그저 무덤덤한 듯 평범하게 말하는 것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마음의 결을 따라 나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읽는 이의 마음을 환하게 하면서도 읽고 나면 길게 뒷맛이 남도록 쓰기가 가장 어렵다. 읽을 땐 그러려니 하다가 문득 가슴에 와닿는 순간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드는 것이 좋은 시다. 좋은 시는 작위하지 않는다. 누에가 뽕잎 먹고 실을 토해 고치를 만들 듯, 자연스레 뱉어내는 언어가 영롱한 보석으로 가서 박힌다. 그래서 부드러운 한 마디 말이 촌철살인의 비수가 된다.
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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