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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68. 초학의 자세

문근영 2018. 6. 29. 06:10


[다산어록청상] 68. 초학의 자세

초학의 자세



정자나 주자처럼 어질고 지혜로운 이도 자신의 저술에 대해 문인이나 가까운 이에게 마음대로 잘못을 지적하게 하여 이에 따라 되풀이해 다듬었다. 그럴진대 하물며 초학말류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우연히 기록한 것이 있으면 편벽되이 고집하고 굳게 붙들어 옮기거나 고치려 들지 않는다. 깨끗이 베껴 써서 보배로이 간직해두고, 남을 만나면 뽐내며 보여준다. 칭찬과 기림을 취하려는 것이다. 그러다 간혹 비판을 받으면 얼굴이 벌개져서 기꺼워하지 않으면서 어거지 말로 잘못을 덮어 가리려 든다. 속으로는 부끄럽지만 겉으로 인정하는 데는 인색하다. 이렇듯 대충대충 구차하게 때워 넘기는 자는 옛 선현들의 천하에 공정한 마음을 살필 때 어떠하겠는가?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 9-89



夫以程朱之賢且智, 而於其所著述, 許使門人知舊, 任摘瑕纇, 隨復磨瑩. 則況在初學末流, 偶有箚記者, 偏執固滯, 不欲移易, 精寫寶藏, 遇人夸示, 要取贊譽. 或遭鍼砭, 艴然不樂, 強言飾非, 內恧外吝, 漫漶苟縫者, 其視古先哲公天下之心, 爲何如哉.





배움을 시작하는 사람은 아직 주견이 없기 때문에, 처음 들은 것만을 진리로 알아 움켜쥐고 놓지 않는다. 그래서 둘을 들으면 앞의 하나 때문에 걸려 넘어진다. 하나를 들어 열을 알자고 하는 것이 공부인데, 하나 때문에 둘도 모르게 된다. 게다가 그 알량한 공부로 남에게 자랑 못해서 안달이 나서 자리도 못 가리고 젠체한다. 그러다 임자를 만나면 부끄러워 움츠러들기는커녕 기세를 북돋워 오기를 부린다. 속으로 잘못을 알아도 체면을 구길까봐 끝까지 버틴다. 그래서 사람 되려고 공부하다가 사람 버린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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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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