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전기철
난 우주에서 왔어, 마젤란 지나 안드로메다 그 어름, 나는 가끔은 여자이기도 하지만 남자가 되기도 하지, 내 손은 어둠이야, 창문으로 툭, 가슴에서 맨발을 내밀기도 하지
고양이는 나를 의심하지
나는 나일 때도 있지만 그녀라고 불리기도 해
입속에서 죽은 말이 고개를 내밀 듯 녹은 말들이 어깨 위로 흘러내리듯 풀들이 딴지를 걸어도 꽃은 계절 밖에서 피기 마련이야
그녀는 누리끼리 병든 책에는 없어 얼근히 취한 눈으로 위를 올려다보면 시쿵시쿵 하늘 저편 안드로메다가 보이고 가슴은 향수로 가득하지
보위의 노래를 들어봐 온몸에 녹색 눈을 달고 생선 옷을 입고 살근거리는 레이디 가가를 들어봐 ‘더더더 더 이상 나를 읽을 수가 없어’
낯선 바람이 하늘을 잘라내고 무반주 울음이 입술에서 시들고 있어
줄무늬 소시지 같은 심장은 골판지 박스처럼 소리를 내
나는 지구에서 살고 싶지만 안드로메다를 그리워하는 너였다가 그녀가 되는 다리가 셋인 개인지도 몰라
—《현대시》201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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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철 / 1954년 전남 장흥 출생. 1989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나비의 침묵』『풍경의 위독』『아인슈타인의 달팽이』『로깡땡의 일기』『누이의 방』등. 현재 숭의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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