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깡통의 세계 / 변희수

문근영 2018. 3. 17. 09:39

깡통의 세계

 

   변희수

 

 

 

깡통은 내용을 다 쏟아버렸다

내용이 깡통을 멀리 던져버렸다

 

서로 상반된

이 두 문장은 간단하게 버렸다로

압축된다

구겨진다

찌그러진다

 

서로가 서로에게서

사라지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내용이 사라진,

이 지점에서부터

내용이라는 말을

만끽할 수 있다고

 

대낮부터 깡통이 바람을 껴안고

빙글빙글 돈다

요란하게 도로 위를 뒹군다

깡통이 온몸으로

깡통을 증명해내듯

 

깡통이 옆구리에 깡통을 차고 신나게 논다

 

호기심 어린 시선 몇

웬만한 깡으로는 넘볼 수 없는

세계를 발로 툭툭 건드려 보고 있다

 

 

                        —《포엠포엠》201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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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 1963년 경남 밀양 출생. 영남대 국문과 졸업. 2011년 〈영남일보〉문학상, 2016년〈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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