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의 세계
변희수
깡통은 내용을 다 쏟아버렸다
내용이 깡통을 멀리 던져버렸다
서로 상반된
이 두 문장은 간단하게 버렸다로
압축된다
구겨진다
찌그러진다
서로가 서로에게서
사라지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내용이 사라진,
이 지점에서부터
내용이라는 말을
만끽할 수 있다고
대낮부터 깡통이 바람을 껴안고
빙글빙글 돈다
요란하게 도로 위를 뒹군다
깡통이 온몸으로
깡통을 증명해내듯
깡통이 옆구리에 깡통을 차고 신나게 논다
호기심 어린 시선 몇
웬만한 깡으로는 넘볼 수 없는
세계를 발로 툭툭 건드려 보고 있다
—《포엠포엠》201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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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 1963년 경남 밀양 출생. 영남대 국문과 졸업. 2011년 〈영남일보〉문학상, 2016년〈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엄정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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