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자유
김유석
황망히 뛰지 말 것, 실밥처럼 드르륵 뜯겨질 수 있으므로
모퉁이와 모퉁이를 누벼 만든
오래 입은 옷 같은 협궤
설거나 곰곰이 두리번거리지 말 것
튀밥 냄새 나는,
모든 것들을 조금 부풀어 보이게 하는 하오
수선집 재봉틀 소리가
내리막처럼 보이는 오르막 도깨비 길목을 밟아가는
네 시 방향으로부터 그늘이 지는 도시의 막후에서
함부로 침 뱉지 말 것, 내 그림자에 떨어질 수 있으므로
뫼비우스의 띠일 뿐인 생의 담벼락에
낙서를 하거나
오줌을 갈겨 본 적 있다면
동전처럼 불쑥 뛰쳐 구르는
노는 아이들 소리에 놀라지 말 것
내일 때문에 늙어가는 것만은 아닐 것이므로
밤에만 문을 여는 만화점 모퉁이, 혹은
문득 막다랐다 싶은 집 앞
결코 앞서는 법 없이 바래다주는 불손한 기척들
헛기침으로 딱 한 번 돌아다볼 것
—《문예연구》201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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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석 / 1960년 전북 김제 출생, 전북대 문리대 졸업.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상처에 대하여』.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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