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만든 다리
문성해
초가을을 처음 맞는 수련을 보고 섰네
다리는 나무로 얽은 다리
누군가 나처럼 수련을 보러 오네
그의 무게가 내 발바닥에 전해지네
그의 걸음이 내 몸을 흔드네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한 생애가
내 발바닥을
내 온몸을
고스란히 흔드는 일이
나무는 알았을까
땅 위에서 한 채의 고목이 되는 대신
이리 물 위에 평평히 눕게 될 줄
이 나무들은 서 있을 때도 그러했다지
새 한 마리 들어도
빗방울 후둑이는 소리에도
이파리들을 반갑게 흔들었다지
거위들이 목을 내저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이 저녁
나도 그대를 이 다리 위에 세워 둔 채
흔들며 가고 싶네
물결이 수련을 건드리듯
—《문학. 선》201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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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해 / 1963년 문경 출생.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 『자라』『아주 친근한 소용돌이』『입술을 건너간 이름』.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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