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나무로 만든 다리 / 문성해

문근영 2016. 5. 6. 07:35

나무로 만든 다리

 

   문성해

 

 

 

초가을을 처음 맞는 수련을 보고 섰네

다리는 나무로 얽은 다리

누군가 나처럼 수련을 보러 오네

 

그의 무게가 내 발바닥에 전해지네

그의 걸음이 내 몸을 흔드네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한 생애가

내 발바닥을

내 온몸을

고스란히 흔드는 일이

 

나무는 알았을까

땅 위에서 한 채의 고목이 되는 대신

이리 물 위에 평평히 눕게 될 줄

 

이 나무들은 서 있을 때도 그러했다지

새 한 마리 들어도

빗방울 후둑이는 소리에도

이파리들을 반갑게 흔들었다지

 

거위들이 목을 내저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이 저녁

나도 그대를 이 다리 위에 세워 둔 채

흔들며 가고 싶네

물결이 수련을 건드리듯

 

 

 

                       —《문학. 선》201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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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해 / 1963년 문경 출생.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 『자라』『아주 친근한 소용돌이』『입술을 건너간 이름』.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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