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장례
박주택
이 훌륭한 밤을 보내니 어떠냐
묘지들은 보다 더 가까이 있고 죽어본 자만이 혼을 믿는다
막 앰뷸런스 한 대 자신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봐!
개처럼 짖어도 겨울은 오거든
구월의 뼈로 빚은 팔차선 도로, 죽기만을 기다리는 가족들
죽어본 자만이, 죽어본 자만이 겨울이 온다는 것을 믿지
밤의 세간들이 외로운 추위에 떨 때
자신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을 때
묘지에서 자라는 것들,
아이들은 믿을 수 없고 너무 부드러워
적들의 무기고인 웃음들 그리고 마지못해 열리는 거리
거리는 장례가 시작되는 곳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해
낮이 남몰래 돌아다니는 그 사이 익어가는 불운
아름다운 태양 아래로 가라, 기교를 부리지 말고 죽어라*
그것이 기교의 방식, 식초 냄새에 침이 고이는 것처럼
죽음의 냄새에 고이는 육체들, 아닌 것처럼 해도
지하상가의 생선 가게처럼 썩어가는 것들이 있다
그건 시끄러운 소리에 다름 아니다
어제가 오늘과 만나고 내일이 모레와 만나 공모하는 것을
어째서 듣지 못하는가?
이제 아무도 믿지 마,
강물이 흩어지지 않으려 바닥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을 기억해
훌륭한 밤 보내, 바닥처럼, 혼자
———
* 사라 키르쉬
—《시사사》2012년 11-12월호
--------------
박주택 / 1959년 충남 서산 출생.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꿈의 이동건축』 『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 『사막의 별 아래에서』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시간의 동공』, 시선집 『감촉』. 현재 경희대학교 국문과 교수. ses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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