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운전 중 (외 1편)
윤석산
차창 밖 진눈깨비 질척질척 내리고 있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나의 운전 마음이 쓰인다.
훈훈한 히터, 차 안은 이내 노곤해지고
백미러로 보이는 뒷좌석
아내와 딸아이 머릴 맞대고 잠들어 있다.
곤곤히 내리는 세상의 진눈깨비.
백미러 안 머릴 맞댄
아내와 딸아이 달려가는 달디단 꿈
그 길,
그 한 모퉁이
조심조심, 나는 지금 운전 중이다.
전철 안 홍해
그가 저쪽 칸에서 이쪽 칸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람들 모두 양쪽으로 갈라서며 길을 열어준다.
마치 모세가 홍해를 건너는 것과도 같이
우리에게 음악을 들려주며
그는 우리들 사이를 건너고 있다.
이 끝에서 저 끝으로
건너는 음악의 홍해
여기저기 때로는 동전 한 닢, 때로는 지폐 한 장
던져주는 사람들 사이,
동전도 지폐도, 또 세상도 아랑곳없다는 듯이
그는 다만 구슬픈 음악으로
이 칸에서 다시 저 칸으로
기적이 없는 시대의 기적, 꿈꾸듯
그렇게 건너가고 있다.
—시집《나는 지금 운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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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산 / 1947년 서울 출생. 1967년 〈중앙일보〉신춘문예에 동시, 1974년 〈경향신문〉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 『바다 속의 램프』『온달의 꿈』『처용의 노래』『용담 가는 길』『적』『밥 나이, 잠 나이』『나는 지금 운전 중』. 현재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yoonsuksan@hanmail.net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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