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의 감정
백상웅
정거장에 서서 방금 스쳐간 냄새를 떠올린다.
잠 못 이룰 때가 있었다.
어느 창문 밑을 지나며 맡은 냄새가 약간 탄 계란찜 냄새였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까지
엄마가 가졌던 부엌들
옛 애인의 목도리
나무 밑동을 뒤덮은 이끼
밥 짓는 골목의 구조
장맛비에 방에서 말리는 빨래……
불변의 화학원소가 콧속의 감각 깨우는 이 순간.
이게 누구…… 냄새였더라?
나는 나의 과거 어느 순간, 짙은 농도로 가슴 속에 지문을 찍어놓았을 사랑이라든지
벼락치기 직전 얼룩진 하늘
찌릿찌릿한 나무
우산을 막 삼키는 바람
슬픈 사람처럼 땅을 움켜쥔 뿌리……
버스를 기다리는 이 시간, 평생을 걸쳐 나를 따라오는 물질을 떠올린다.
—《시와반시》201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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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웅 / 1980년 전남 여수 출생.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8년 창비신인시인상 수상. 시집 『거인을 보았다』.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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