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장석주
종일 눈보라가 쳤다.
누구였을까,
눈보라 속을 뚫고 왔다가 돌아간 사람,
눈 위에 찍힌 어지러운 발자국,
그 옆에 족제비 발자국도 가지런하다.
언 내[川]를 건너는 눈보라,
눈 맞고 서 있는
자두나무야, 너는 외롭냐?
저문 뒤
귀가 큰 어둠과 귀신이 왔다가 돌아갔는데
눈길에는 발자국이 없다.
밤은 三更,
다시 귀가 큰 어둠이 내려와 있다.
눈 그친 아침
밤새 눈보라 속에서 제 몸에 채찍질을 하며
달려간 바람의 흔적,
바람의 발자국들.
—《현대시》201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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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 1955년 충남 논산 출생. 1975년 《월간문학》신인상 당선,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햇빛사냥』『완전주의자의 꿈』『그리운 나라』『어둠에 바친다』『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어떤 길에 관한 기억』『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크고 헐렁헐렁한 바지』『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간장 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물은 천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붉디붉은 호랑이』『절벽』『몽해항로』『오랫동안』.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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