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토마토가 익는 시간 / 이만섭

문근영 2016. 5. 3. 03:16

토마토가 익는 시간

 

   이만섭

 

 

 

열매들은 정오에 익는다

나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물 스미듯 색을 입는다

 

처음엔 올망졸망한 초록 덩이를 매달아

기온을 쫓아 부푸는 체온을 재며

비좁은 틈새에서 나오는 색의 눈금을 확인하는

햇빛은 온전한 색을 얻기까지

모성 가득한 작열이다

 

곱살스레 번진 색의 성정을

넌지시 담아보는 손끝으로 순을 짚듯이

거두는 밑동이 푸른 꼭지에 떠받쳐

편편하게 올려진다

 

탯줄을 끊고 나온 자리에

뜨거운 수액이 표면장력에 드는데

둥근 마디에 칼집을 내어

수혈하듯 붉은 열매를 비워내는 한낮이다

 

 

 

                      —《詩로 여는 세상》201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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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섭 / 1954년 전북 고창 출생. 2010년 〈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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