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과메기 (외 1편)
송은영
낡은 외투를 걸친 초라한 노숙자같이
설한풍 되받아치며 그렇게 견디고 있다
치욕의 모서리를 뽑아 코뚜레를 만들었다
난무하듯 헝클린 덕장 곳곳에서
내장까지 훑어낸
납작한 뱃가죽을 드러내고 바다를 버린다
바람은 제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좀처럼 요약되지 않는 몸은
공복을 채워줄 누군가를 위한 것인가
밤새워 내리는 눈발을
미친 듯이 받아내며
완성된 또 다른 생
뼈를 추려낸 몸은 찬란한 지느러미를 키운다
축문처럼 지나가는 파도 소리에
살갑게 지나온 길
돌아볼 새도 없이
등 푸른 육신을 쫀득쫀득하게
해탈한 겨울 과메기
풍경만 남은 수행자가 된다
거꾸로
딱똑,
뒤로 가는 분침
뒤로 가는 시침….
거꾸로 타는 보일러가 연료비도 싸고
福도 거꾸로 부쳐야 잘 들어오고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재미있고
연어도 강을 거슬러 오르고
고래도 거꾸로 새끼를 낳고
참새가 거꾸로 날아 새참이 되고
아 좋다 좋아와 다시 합창 합시다는
거꾸로 읽어도 같은 글자고
불운이 거꾸로 행운이 되고
용의 긴 목에 거꾸로 박힌 비늘을 건드리면
그 누구라도 용에게 잡아먹히고
영국에서는 왕이나 여왕이 그려진
우표를 거꾸로 붙이면 반역죄가 되고
나이를 거꾸로 먹은 사람들이
거꾸로 엎어놓은 항아리처럼
위아래 구분 없이 살아가고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 어른들이
아이처럼 내려다보며 살고
물속에 물구나무선 달이
고무신 거꾸로 신고 달아나기 바쁘고
새장 속 새는 어항 속에 있고
어항 속 물고기는 새장 속에 있고
땅은 하늘에 펼쳐져 있고
하늘은 땅에 거꾸로 처박혀 있고
—시집『별것 아니었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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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영 / 1969년 경북 포항 출생. 2007년 《시와 상상》으로 등단. 시집 『별것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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