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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꽃 피는 경마장 (외 1편) / 함민복

문근영 2016. 5. 3. 03:15

꽃 피는 경마장 (외 1편)

 

   함민복

 

 

 

경마장으로 건너가는 애마교 입구

비상하는 청동마상 두필

앞발이 허공을 힘차게 딛고 있는

 

그림자 밟으며

모든 비상의 첫발은 허공을 짚는 것이라고

희망에 중독된 사람들 우르르 몰려간다

 

정보지를 뒤적이며

지갑을 점검하며

걸인의 바구니에 반짝 동전을 떨구며

 

주차장 사이사이

한 나무가 수백 나무 꿈꾸는

고배당 노리는 벚꽃 화사하다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뜨겁고 깊고

단호하게

매순간을 사랑하며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들을

당장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딴전

딴전의 힘으로 세계가 윤활히 돌아가고

별과 꽃이 아름다운 것 같기도 하지만

늘 딴전이어서

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

죽음이 앞에서 나를 끌어당기고 있는가

그래도

세상은 세계는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단호하고 깊고

뜨겁게

매순간 나를 낳아주고 있다

 

 

 

                       —시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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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 1962년 충북 충주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우울氏의 一日』『자본주의의 약속』『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말랑말랑한 힘』『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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