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어느 날 갑자기 / 박건한

문근영 2016. 5. 4. 06:57

어느 날 갑자기

 

   박건한

 

 

 

이슬은

아침의 풀잎세계를 돌돌 말아

지평선 아래

어느 마을 마당에

지도이듯 펼쳐 놓고 사라지고

 

갈매기는

저녁의 타는 놀 한 자락 끌어다

수평선 아래

바다 맨 밑바닥에

비단 필이듯 펼쳐 놓고 사라지고

 

사람은

한평생 그 무엇 한 끝을 붙잡고

땅속 깊은 어느 망각의 골짜기로

어느 날 갑자기

바람이듯 무너지듯 사라지고

 

사라지고 말면 그뿐.

그런데

과연 그 무엇은 무엇이며

무엇이 혼불 되어

하늘나라로 다시 치솟는 것일까.

 

 

 

                        —《미네르바》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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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한 / 1966년 《문학》지 신인작품으로 등단. 1977년 시집 『우리나라 사과』간행. 파주 출판도시 활판공방 주간.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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