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나면 우리는 법 앞에 서 있다
황인찬
오후가 끝나고 수업이 끝나고 교문 밖으로 나오던 중학생들이 끝났다 거리가 끝나고 어린 개 하나가 끝나고 다른 하나가 거길 떠나지 못하다 끝났다 가로수와 가로등이 끝나고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끝나고 앰뷸런스의 사이렌이 끝났다 적막이 끝나고 소요가 끝나고 어둠이 끝났다 공포에 질린 측백나무가 끝나고 지루함이 끝나고 사물의 짧은 역사가 끝났다 그 어린 장난이 영영 끝났다
우리는 법 앞에 서 있었다
판결이 끝났다
—《시작》201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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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 1988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구관조 씻기기』.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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