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서로를 부르는 소리 가득하고
이영옥
첫차를 기다리는 플랫폼
자욱한 허공이 함부로 넘쳐났다
우리는 우리를 향해 흘러넘치는 것을 막지 못해
안개가 걷히면 빈 철길처럼 아무렇지 않기로 했다
철로변이 피워낸 안개가 새떼를 뱉어낸다
뒤늦게 쫓아가는 새의 울음
몇 마리는 휘젓는 날개 힘으로 허무를 지나갔다
침묵이 내는 깊은 숨소리가 들려오고
나무는 환란이 지나간 고요한 귀를 흔들었다
안개 속에서 우리가 재채기처럼 터져 나왔을 때
결별이 아무것도 지배하지 않기를 바랬다
떠나고 남겨진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
묶었다가 느닷없이 풀어주는
안개의 오래된 버릇만 있을 뿐
안개가 제 몸을 헝클어 상처를 숨긴다
잘 감추고 싶은 저 깊고 막막한 마음
새들이 서로를 목 놓아 부르는 소리 가득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안개는 기차를 꺼내놓지 않았다
—《다시올문학》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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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 1960년 경북 경주 출생. 2004년《시작》신인상, 2005년〈동아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사라진 입들』.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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