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깃털 (외 1편)
— 빈 의자 4
김후란
저 거대한 산이 앉았던 자리
고요함을 딛고 흔들리고 있다
일렁이는 물거울에
얼비치는 존재가 보인다
광막한 우주 휘돌아
다시 돌아온 생명의 깃털
모든 곳은 누군가가 앉았던 자리
보이지 않아도 영원히 숨 쉬며
다음 분을 위해
햇살이 가만히 손을 얹고
기다린다
한없이 다사롭다
새벽 창을 열다
어둑새벽 창을 열다
쏘는 듯 신선한 바람
부드러운 햇살
깨끗한 눈뜨임에 감사하며
오늘도 하루가 시작된다
고요함 속으로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존재하지 않는 소리가
태어나고
힘 있게 일어서는 생명의 빛
길 없는 길 열어가는
새 떼처럼
나도 이 아침 날개를 펴다
도전과 극복이다
큰 세계가 있다
미래의 만남을 향하여
날자 크게 크게 날자
—시집『새벽, 창을 열다』에서
-----------------
김후란 / 본명은 형덕. 1934년 서울 출생. 서울대에서 수학, 한국일보 기자 및 부산일보 논설위원과 한국여성개발원장을 역임. 1960년《현대문학》12월호에 신석초 시인의 추천을 받아 등단. 시집『장도와 장미』『음계』『눈의 나라 시민이 되어』『새벽, 창을 열다』등 11권.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메모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스노우맨 / 하재연 (0) | 2016.04.23 |
|---|---|
| [스크랩] 푸른 하늘의 권위로도 가두지 못하여 / 김선영 (0) | 2016.04.23 |
| [스크랩] 고독한 사람 / 최영철 (0) | 2016.04.22 |
| [스크랩] 풍선 장수 (외 1편) / 류인서 (0) | 2016.04.22 |
| [스크랩] 30cm / 박지웅 (0) | 2016.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