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에 관한 데자뷔
황정숙
새처럼 나는
날고 싶어요, 내 몸에서 새의 영혼이 새어나와
어깨로 흘러나와 퍼덕이고 있어요.
보세요, 내 팔에서 퍼덕이는 바람, 나부끼는 깃털을.
구름장을 뚫고 솟구치는 저것을,
수많은 길마다 이정표가 없었던 그곳을 데자뷔라 불러봅니다.
깃털마다 하늘의 바람을 불러오고
깃털을 꽂은 인디오들은 새의 비상을 탐내며
겨드랑이가 간지러운 목숨 안으로 들어가 푸드덕거립니다.
점점 새가 되어가고 있는, 이렇게 가벼운 비행은 처음입니다.
몸을 빠져나온 작은 영혼처럼
어둠이 펌프질할 때마다 잉카의 달이 출렁이는 곳.
새처럼
머리에 팔다리에 깃털로 뽐낸 아파치 공연단이 무척 신명납니다.
마음보다 더 빠른 걸음걸이로 불빛의 그림자에 달라붙을 수 없다는 걸
허밍과 리듬은 바람의 속도로 말하려 합니다.
표정으로 노래로 인디오들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깃털에서는 바람 소리 가득한데
풍선처럼 둥둥 허공을 떠다니는 내 신발은
누가 지어부은 영혼의 술잔일까요
사라진 새들은 때때로 이전의 생보다 더욱 빠르게
지도 밖 세상을 날아갑니다.
빙빙 원을 그리며 둥글게 하늘을 말아 사라지는 동안,
중력을 빨아들이는 마음은 유년의 것입니다.
아콰도르의 향수는 점점 희미해지고
밤의 얼굴은 코앞에 있고
몸에서 이제 새들이 빠져나가는 시간
내 안에 가둬둔 것들을 들여다보며 방들의 문을 다 열어봅니다.
전생의 문을 열고 오래 잠든 시간들을
몸에서 체온처럼 피워낼 때
마침내 새들은,
우리들 늑골 아래 숨어 초롱한 눈망울로
날아가야 할 필생의 하늘을 노려볼 것입니다.
바람이 연주하는 고대의 음악을 날개에 뜨겁게 간직할 것입니다.
—《詩로 여는 세상》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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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숙 / 경기도 강화 출생. 2008년 《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시집『엄마들이 쑥쑥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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