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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수술 전날 밤의 유령연습 / 석지연

문근영 2016. 4. 18. 06:32

수술 전날 밤의 유령연습

 

     석지연

 

 

 

   내일은 깨어나지 못해도 공중정원은 살기 좋은 공간 꿈처럼 가볍고 손에 쥐면 도망가 버리는 바빌론의 왕비가 왕이랑 놀려고 만든 곳이야

 

   우리는 아직 절반만 유령

 

   잘 보렴, 살아 있는 것보다 아름답게 담장에 걸쳐 있는 일을 어쩌다 네가 못 일어난다면 자각몽을 배워서 통증이 이주할 수 없는 정원에 너를 이사시킬 거야 내 머리가 돌아버린다 해도 더 좋을 거야 그러니 의식을 들키지 마 가령 숨겨둔 발가락의 무게

 

   오른쪽 늑골에 피어난 장미꽃

   소년을 죽게 그냥 내버려두세요! 이 꽃밭을 가꾸어 그의 옆구리에 누울 거예요 옷을 벗겨서 무엇이든 치료하게 만들려는 유령들, 처방전은 쓰기 쉬우나 사람들을 이해시키기란 어려워요*

 

   숨넘어갈 듯한 담장에서 우리는 절반만 유령 내일은 깨어나지 못해도 공중정원은 살기 좋은 공간 통증이 이주할 수 없는 정원에 너를 이사시킬 거야

 

 

      ————

      * 카프카, 「시골 의사」에서.

 

 

 

                       —《문장웹진》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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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연 / 1992년 서울 출생. 2012년 겨울《작가세계》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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