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이병률
남산을 지날 때면 점占이 보고 싶어진다
왜 흘린 세월이 한 번뿐이라고 생각했는지 알고 싶어진다
꼬리가 있었는지 뿌리를 가졌는지
남산에서는 내 오래전을 뒤집어쓰고 끊어진 혈을 여미고 싶다
이빨이 몇 개였는지 불에 잘 탔는지
목은 하나였는지 화석은 될 만했는지
그 발치들을 가져다 멋대로 차려 놓고 싶다
간절히 점을 보고 싶다
삭제된 것들의 입장들
우물쭈물하는 물질들
세수 안 한 것들의 안면들
끝이 언제인지 모를 이 예비의 관계들
나에게 잘해주지 못한 안색들
결국은 이것들로 몸 한 칸의 물기를 마르게 할 수 있는지를
풍부한 공기에 대담히 말을 풀어놓고 싶다
가을에 남산을 지날 때면
이 숲 나무에서는 소금 맛이 나는지
그 맛이 사람 맛인지를 알고 싶다
나에게 이토록 박힌 것이
파편인지 비수인지
심장에서 내몬 사람이 하나뿐인지
훗날 다른 생에서도 사람을 갖고 싶은지까지도
—《시와 사상》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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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1995년 〈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바람의 사생활』『찬란』.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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