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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모자이크 (외 1편) / 백은선

문근영 2016. 4. 17. 01:17

모자이크 (외 1편)

 

   백은선

 

 

 

나는 오늘 새로 태어난 슬픔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뾰족한 은빛의 체온

 

눈동자 속으로 풍경이 파랗게 음각될 때

우리는 돌아오지 않는 고양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귀가 쫑긋한 나를 키워준 공포에게

오늘은 노란 무늬 참새를 오려줄 거예요

 

창백한 공기의 떨림

빛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채

무한히 부딪히고 있다 구름처럼

말이 없는 모래밭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는

뒤돌아 멀어진다

 

녹슨 날개, 티포트 안에서

녹아내리는 우리는

서로의 눈알을 만지고 싶어요

청각에 의지해 서로의 실루엣을

가위질하는 붉은 혀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허공으로 스며들 때

감은 두 눈 위에

종이조각을 올려주는 작은 손

 

색색의 천을 덧댄 테이블보 아래

네 개의 다리, 마주보는 두 소녀

각각의 손에 가위를 들고

 

 

                       —《딩아돌하》2012년 겨울호

 

 

자매

 

 

 

색색의 조명등이 나에게 여러 개의 그림자를 달아준다

 

우리 자매는 몇 가지 놀이를 가지고 있다

어떤 날엔 촛농 같은 쿠키를 집어 먹으며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기로 한다

 

맹세를 할 때는 맹세만을 생각한다

불어나는 혓바닥처럼

우리는 훈련한다

 

식탁 밑에 쭈그리고 앉아

우리는 다툼을 꾸며낸다

너는 이제 영영 네가 되어야만 할 거야!

 

거품이 터지는 소리

물속에 잠겨 있을 때

내가 흉내 내는 동물의 울음소리들

빛은 내 몸을 구석 투성이로 만든다

 

언니는 오래도록 식탁 아래 남아

헤아린다 접시를 쥐고

하나두울 하나 다시 하나

 

가느다란 빛이 두 귀를 관통한다

 

초식동물들의 몸 안에 새겨진

어두운 울음을 생각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리본처럼 풀어지는 혀를

훔치고 싶다

 

 

 

                      —《문학과 사회》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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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선 / 1987년 서울 출생. 2010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2012년 《문학과 사회》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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