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외 1편)
백은선
나는 오늘 새로 태어난 슬픔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뾰족한 은빛의 체온
눈동자 속으로 풍경이 파랗게 음각될 때
우리는 돌아오지 않는 고양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귀가 쫑긋한 나를 키워준 공포에게
오늘은 노란 무늬 참새를 오려줄 거예요
창백한 공기의 떨림
빛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채
무한히 부딪히고 있다 구름처럼
말이 없는 모래밭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는
뒤돌아 멀어진다
녹슨 날개, 티포트 안에서
녹아내리는 우리는
서로의 눈알을 만지고 싶어요
청각에 의지해 서로의 실루엣을
가위질하는 붉은 혀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허공으로 스며들 때
감은 두 눈 위에
종이조각을 올려주는 작은 손
색색의 천을 덧댄 테이블보 아래
네 개의 다리, 마주보는 두 소녀
각각의 손에 가위를 들고
—《딩아돌하》2012년 겨울호
자매
색색의 조명등이 나에게 여러 개의 그림자를 달아준다
우리 자매는 몇 가지 놀이를 가지고 있다
어떤 날엔 촛농 같은 쿠키를 집어 먹으며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기로 한다
맹세를 할 때는 맹세만을 생각한다
불어나는 혓바닥처럼
우리는 훈련한다
식탁 밑에 쭈그리고 앉아
우리는 다툼을 꾸며낸다
너는 이제 영영 네가 되어야만 할 거야!
거품이 터지는 소리
물속에 잠겨 있을 때
내가 흉내 내는 동물의 울음소리들
빛은 내 몸을 구석 투성이로 만든다
언니는 오래도록 식탁 아래 남아
헤아린다 접시를 쥐고
하나두울 하나 다시 하나
가느다란 빛이 두 귀를 관통한다
초식동물들의 몸 안에 새겨진
어두운 울음을 생각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리본처럼 풀어지는 혀를
훔치고 싶다
—《문학과 사회》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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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선 / 1987년 서울 출생. 2010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2012년 《문학과 사회》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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