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의 구조
최금진
나와 나 아닌 것의 투쟁, 이 대립구조가
당신과 나의 육체의 골격을 이룬다
불투명한 유리를 텁텁, 씹으며
서로가 내연의 사막을 견디고 있을 때
벗은 몸으로 증오의 더께를 가늠할 때
이 싸움은 누구든 패한다
낙타 위에서 낙타가 된 사막의 전사들
그 전쟁 같은
관계,
핥아 먹을 수 없는 성기와 등의 관계
두 개의 유방과 브래지어의 관계
당신과 나는 합장하고 죄를 비빈다
육체는 모래의 성분과 동일하며
뼛가루가 유리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머리털 빠진 노인의 가랑이가 흘러내린다
환하게 부서지는 시간
당신과 나는 양 극단에서 만나
증거를 지우기 위해 서로를 매립한다
당신의 얼굴이 사라지고 나면
비로소 내가 한 개의 무덤이 되는 구조
그 대칭의 병목에
당신과 내가 살아 있다는 추문만 가득 몰려든다
—《현대시학》201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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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진 / 1970년 충북 제천 출생. 2001년 제1회 <창비>신인시인상 당선. 시집 『새들의 역사』『황금을 찾아서』. 현재 한양대 국문과 박사과정 재학.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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