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외 1편)
최영미
죄는 여러 곳에서
따로 따로 짓더니,
속죄는 한 곳에서
왜 한꺼번에 용서받으려 그래?
우리를 이렇게
불완전한 존재로 만들어 놓고
구름 속에 편안히 앉아서
땅을 내려다보는,
神이야말로 태초에
죄인이 아니던가?
한국의 정치인
대학은 그들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기업은 그들에게 후원금을 내고
교회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병원은 그들을 위해 입원실을 제공하고
비서들이 약속을 잡아주고
운전수가 문을 열어주고
보좌관들이 연설문을 써주고
말하기 곤란하면 대변인이 대신 말해주고
미용사가 머리를 만져주고
집 안 청소나 설거지 따위는 걱정할 필요도 없고
(도대체 이 인간들은 혼자 하는 일이 뭐지?)
—시집『이미 뜨거운 것들』(201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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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 1961년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1992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꿈의 페달을 밟고』『돼지들에게』『도착하지 않은 삶』『이미 뜨거운 것들』등.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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