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외 1편)
황희순
처음 만난 사람이 새끼손가락을 떼어갔다 다음 사람이 귀를 떼어갔다 다음은 입을 떼어갔다 눈을 떼어갔다 코를 떼어갔다 다음은 팔을 다리를 떼어갔다 잔머리 굴린다며 머리를 떼어갔다 그 다음 사람이 달걀귀신처럼 둥그러진 여자를 버렸다 버려진 여자는 아무데나 굴러다니며 한자리에 머물지 못했다 굴러다니다 만난 또 한 사람이 아직도 몸이 따뜻하다며 가슴을 열고 심장을 떼어갔다 이제 어디에 부려놓아도 깨질 일 없는 여자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이제 품절이다
—「부위별로 팔아요」후렴
한 고객이 문자메시지로 가장 자신 있는 부위 팔라 했다. 또 한 고객이 전화로 손을 끼워 파는 부위 살 테니 얼마면 되느냐 물었다. 또 한 고객이 이메일로 맛보고 사도 되느냐 물었다. 한 고객을 또 만났다. 그는 카드로 결재하자, 당신은 내 거니까 이제 나만을 위해 웃어라 했다. 한 고객에게는 누가 몽땅 사갔다 했더니 쯧쯧, 뭐에다 써먹으려구… 했다. 써먹든 말든 이쯤에서 세일광고를 접는다. 좌판에 찢어발겨 놓은 나를 거둬들인다. 남은 부속품은 폐기처분하기로 한다. 나는 이제 품절이다.
—시집『미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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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순 / 1956년 충북 보은 출생. 1993년 제1시집 『강가에 서고픈 날』, 1996년 제2시집 『나를 가둔 그리움』, 1999년 《현대시학》등단, 2006년 제3시집 『새가 날아간 자리』, 2013년 제4시집 『미끼』.
이메일 hs6280@hanmail.net'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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