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이정란
귓속에서 소리가 새어나온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소리들이다
들리지 않는 의미는 무슨 빛깔일까 만지작거리는데
소리 속에서 귀가 쏟아져나온다;
들리지 않는 의미는 의미가 아니다
오렌지색 그림자를 새로 샀다
입을 때마다 그림자가 벗겨지는 원피스를 입으면서
그림자를 솎아 낸다
감정이 일치하지 않는 그림자의 보관법에 대해 연구한다
부스러기 그림자는 애완견이 깨끗이 핥아 먹는다;
입어보지 못한 그림자는 그림자가 아니다
습관적으로 물의 입에 식물을 넣어준다
식물은 습관적으로 몸을 키우면서
꽃으로 물의 권태를 수정하는 시간을 갖는다;
물에게 꽃을 빼앗기는 시간은 시간이 아니다
피와 공기 사이를 갈라놓는다
거기까지만, 거기까지만
살색으로 규정된 습관엔 영혼이 없다;
영혼엔 모양이 없다, 사상이 없다
높은 노란 음에 도달하기 위해 술을 마셨노라*;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
* 고흐
—《詩로 여는 세상》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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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란 / 1959년 서울 출생. 1999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어둠, 흑맥주가 있는 카페』『나무의 기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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