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뿌리
이난희
빛이 조금 모자랐을 뿐입니다.
신발 한 짝, 공터처럼 앉아 있습니다.
공터의 그늘이 나머지 세상처럼 단단합니다.
바닥은 바닥의 생을 두고 잠시 생각합니다.
그늘이 오가는 공터에서
그늘은 잠시 몸을 숨겨도 괜찮습니다.
지척에서
빛의 알갱이들은 더 많은 빛을 만드느라 분주합니다.
어둠의 속살은 어떤 모양으로 세상에 걸어 나올까요.
내가 잠들었을 때
하얗고 찐득한 울음이 다녀갔다는 걸
반쪽 얼굴이 된 낮달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지느러미를 흔들며 헤엄쳐간 생각들
어디로 가 닿았을까 염려하지 않습니다.
꼭꼭 숨어라
돌아오지 못하는 당신은
항아리 속에 들어간 어둠을 품고 술래가 됩니다.
그늘 넓은 팽나무 잎 층층이 쌓이는 소리에
저 너머 바람이 불끈, 제 힘줄을 잡아당깁니다.
조금 모자란 빛을 지지대 삼아 다시 오는 저녁이 몸을 엽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쪼그리고 앉아 모여드는 그늘을 맞이합니다.
—《현대시》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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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희 / 충북 충주 출생. 2010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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