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
이상협
올 봄에 꽃은 피지 않기로 결정했다
숨기려면 안팎의 균형을 잘 찾아야지
핑핑 나무의 근육 늘리는 소리
나무는 자매처럼 서로의 몸을 바꾸고 있다
나무가 가장 빨리 자라기로 결정한 해다
기상 캐스터의 떼죽음으로 시끌거렸다
북한산이 부어올랐다 등산이 유행이었다
마트마다 전지가위가 동났다
나무는 식육을 생각하면서 시작이 많이 달라졌다
나무가 사람만큼 고기 맛을 아는지 모르지만
소화기관이 생겼다거나 육식을 시작했다는 것은
재야 식물학계에 이미 보고된 내용
식습관은 중요하다
미국에서 큰 한국 애들처럼
땅덩이가 큰 데 가면 몸을 맞춰 자라야 할 텐데
탱자나무가 아까시나무와 가시를 겨루었다
땅속에서 오래 걸으면 배고픔도 컸을 터
가장 흔한 먹이를 찾아야 했다
‘물구나무 나무의 발견’이라는 제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땀 흘리는 탱고 교습소 얘기
지붕을 뚫은 목련 뿌리가 한국산이라는 해외토픽은 오류가 있다
그 봄에 나무가 사람을 다 먹고
갈비뼈 고랑마다 꽃을 가꾸고
아파트에 말굽버섯을 심고 살았다
시조새가 극적으로 돌아왔고
뿌리 깊은 뇌산호가 물 바닥을 걸어왔다
거리마다 만국기가 달렸다
—《시산맥》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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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 / 1974년 서울 출생. 고려대 미술교육과 졸업. 201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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