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의 모든 저녁은 슬프다
우대식
지옥을 유예하는 꿈을 꾸었다
내가 원한다면 다음 생애를 이어가며
지옥을 영원히 유예할 수 있다는 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영원 너머 한 번은 그곳에 가야 한다는
괴로움에 몸을 떨었다
지상의 소시민이
이렇듯 큰 생각을 하며
지옥 아래 마을을 떠돈다는 사실이
조금은 쓸쓸했다
추운 겨울 저녁
들기름 바른 김을
숯불에 굽던
옛집으로 돌아가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눕고 싶다
오한 속에서 만나는
지옥의 야차와 일대의 싸움을 끝내고
오랜 잠을 자고 싶다
겨울날의 모든 저녁은 슬프다
봉당에 켜진 알전구처럼
겨울날의 모든 저녁이 나를 기다렸다
—《유심》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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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식 / 1965년 강원도 원주 출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단검』『설산 국경』.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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