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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흰 목련에 먹줄을 놓고 / 김점용

문근영 2016. 3. 28. 04:57

흰 목련에 먹줄을 놓고

—목수일기 1

 

   김점용

 

 

 

작업장 옆에 산수유가 피었다

매화가 피었다

목련이 피었다

들고 있던 먹통을 던져버리고 싶었다

 

꽃들은 왜 피나

점심때 막걸리 한 사발로 속을 달래고

다시 먹통을 잡았다

흰 목련 아랫도리에 먹침을 꽂고

천지간에 먹줄을 놓았다

 

먹줄을 놓았으니

한쪽은 살리고

한쪽은 죽여야 하는데

겨울과 봄

하늘과 땅이 한 줄에 꿰였구나

 

살아생전

꽃으로 집을 지을 줄

누가 알았나

 

흰 목련을 깎고 다듬어

봄날의 집 한 채를 새로 짓느니

외로운 사람아, 너는 와서 살아라

아지랑이 피어나 울타리를 친다

 

 

 

                       —《현대문학》201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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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용 / 1964년 경남 통영 출생. 1997년 《문학과 사회》등단. 시집『오늘 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메롱메롱 은주』.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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