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목련에 먹줄을 놓고
—목수일기 1
김점용
작업장 옆에 산수유가 피었다
매화가 피었다
목련이 피었다
들고 있던 먹통을 던져버리고 싶었다
꽃들은 왜 피나
점심때 막걸리 한 사발로 속을 달래고
다시 먹통을 잡았다
흰 목련 아랫도리에 먹침을 꽂고
천지간에 먹줄을 놓았다
먹줄을 놓았으니
한쪽은 살리고
한쪽은 죽여야 하는데
겨울과 봄
하늘과 땅이 한 줄에 꿰였구나
살아생전
꽃으로 집을 지을 줄
누가 알았나
흰 목련을 깎고 다듬어
봄날의 집 한 채를 새로 짓느니
외로운 사람아, 너는 와서 살아라
아지랑이 피어나 울타리를 친다
—《현대문학》201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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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용 / 1964년 경남 통영 출생. 1997년 《문학과 사회》등단. 시집『오늘 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메롱메롱 은주』.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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