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만났다
송찬호
해 뜨는 동쪽에서 토끼가 왔다
여느 선지자처럼,
계수나무 가지 하나 꺾어 들고
토끼는 간단한 기적을 보여 주었다
앉은뱅이 포도나무를 벌떡 일으켜 세웠고
고장 났던 벙어리 TV가 갑자기 박수 치며 떠들기 시작하였다
빨간 눈, 도톰한 발, 흰 털빛……
예나 지금이나 골고다 언덕은
여전히 순결하고 시끄럽고나
어쩔 것이냐 토끼야,
우리 분쟁이 많아서
국가의 수많은 귀가 너처럼 점점 더 커진다면
우리 악수나 한번 하자
나는 이쪽 너는 저쪽, 잘 가거라
깡총깡총 뛰어가거라
—《세계의 문학》201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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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학과 졸업.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10년 동안의 빈 의자』『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출처 : 작가사상
글쓴이 : 황봉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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