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 이승훈 , 최동호
최종심에서 끝까지 남은 김호균씨의 '세숫대야 론'은 절제된 시행과 견실한 짜임새가 있었다. 섬세한 언어구사와 여운을 남길 줄 아는 행간 조절능력이 돋보였으며, 또한 다른 작품들도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참작하여 선자들은 이를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데 큰 무리없이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시의 정도를 걸어 대성하기를 빈다.
당선시 : 세숫대야론
김호균
1962년 광주 출생, 전남대 중문과 졸업
세숫대야론
세숫대야를 보면
징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수를 하고 비누거품으로 가득찬 물을 버리면
무언가 말하고 싶다는 투로 그려진
세선의 물결 무늬
물 속의 네 육신이 흔들리고
어푸어푸 물먹은 네 육신이 흔들리다 멈추어 섰을 때
지나온 내 꿈보따리를 뒤적이다 보면
나 또한 너처럼 사무친다
우리모두는 울고 싶은 거다 혹은
말하고 싶은 거다
우리가 가는 여행에 대해 아무도
증거하지 않았지만
대개는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
눈시울 적시며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거다
징, 하고 울린 적 없지만 너처럼
속으로 감춘 말줄임표가
한없이 가슴속에 그려져 있는 거다
출처 : 작가 사상
글쓴이 : 엘시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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