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 신경림 , 김주연
당선작 '거듭나기'는 자신의 육체를 조각상으로 객관화 하면서 그것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성찰해 나가는 우수한 작품이다. 이러한 반성적 사고를 시의 대상으로 하는 시는 우리 시단에서 하나의 새로움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감성적인 체험, 단정한 묘사를 통한 정신의 사물화, 그것을 다시금 새로운 이미지를 통해서 유연하게 활성화 해내는 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대성하기를 바란다.
당선시 : 거듭나기
김지연
1967년 제주도 서귀포 출생, 제주대 국문과
거듭나기
보일 듯 말 듯한 가슴 아래 손가락을 넣어 본다.
청동조각상이 수줍게 고개 든 순간
뭉클한, 어디선가 심장이 만져질 듯하다
이상하다 조각상의 반질거리는 살갗에
눈감아 버린 나의 전신이 들여다보인다. 순례자처럼 망연히
나는 조각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좁고 남루한 갈비뼈 근처
따슨 꽃들이 무더기로 피고,
꽃들이 잔잔히 흔들리면 언뜻 비춰진 내가
가늘게 휘청거린다.
가만 바라보면, 세밀한 혈관이 발 밑을 적시고......
불현듯 내 몸을 밀어낸 것은
부슬부슬 내려앉기 시작한 어둠이었을까
어둠이 내리고 창문을 두드리는 웅성거림이 들리지만
손잡을 수 없다, 나 는 닫 혀 있 다.
문득 알 수 없는 손이 다가와
내 가슴을 찬찬히 더듬고
뜨거운 피 스며들어, 마침내 사지가 고요히 풀려 흐를 때
저만치서 조각상이 꽃씨를 던진다.
스멀스멀 자라나는 잔뿌리......
오래 뿌리의 전신에 귀 기울이면 차츰
잘록해지는 허리께에서 실핏줄만한 햇살이
환하게 새어나오고 있다.
당선작 '거듭나기'는 자신의 육체를 조각상으로 객관화 하면서 그것을 통해 자신의 정신을 성찰해 나가는 우수한 작품이다. 이러한 반성적 사고를 시의 대상으로 하는 시는 우리 시단에서 하나의 새로움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감성적인 체험, 단정한 묘사를 통한 정신의 사물화, 그것을 다시금 새로운 이미지를 통해서 유연하게 활성화 해내는 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대성하기를 바란다.
당선시 : 거듭나기
김지연
1967년 제주도 서귀포 출생, 제주대 국문과
거듭나기
보일 듯 말 듯한 가슴 아래 손가락을 넣어 본다.
청동조각상이 수줍게 고개 든 순간
뭉클한, 어디선가 심장이 만져질 듯하다
이상하다 조각상의 반질거리는 살갗에
눈감아 버린 나의 전신이 들여다보인다. 순례자처럼 망연히
나는 조각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좁고 남루한 갈비뼈 근처
따슨 꽃들이 무더기로 피고,
꽃들이 잔잔히 흔들리면 언뜻 비춰진 내가
가늘게 휘청거린다.
가만 바라보면, 세밀한 혈관이 발 밑을 적시고......
불현듯 내 몸을 밀어낸 것은
부슬부슬 내려앉기 시작한 어둠이었을까
어둠이 내리고 창문을 두드리는 웅성거림이 들리지만
손잡을 수 없다, 나 는 닫 혀 있 다.
문득 알 수 없는 손이 다가와
내 가슴을 찬찬히 더듬고
뜨거운 피 스며들어, 마침내 사지가 고요히 풀려 흐를 때
저만치서 조각상이 꽃씨를 던진다.
스멀스멀 자라나는 잔뿌리......
오래 뿌리의 전신에 귀 기울이면 차츰
잘록해지는 허리께에서 실핏줄만한 햇살이
환하게 새어나오고 있다.
출처 : 작가 사상
글쓴이 : 엘시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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