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시

[스크랩] 1993년 한국일보 당선작

문근영 2015. 3. 20. 08:07
심사평 : 김남조 , 신경림 , 정현종


이번 응모작에서도 눈에 띄는 특징은 '修辭'의 범람이다. 수사란 원래 문학에서 중요한 공부거리였고, 한 대는 시와 수사법이 동의로 생각될 만큼 사람들은 시에서 수사의 전범을 찾아내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수사의 '전범'이 되려면 글이 참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수사가 먼저가 아니라 참됨이 먼저이며, 두루 미치는 지각을 아우른 진정성이 없는 글이 공허한 수사로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노릇이라고 하겠다. 달리 말하자면, 이건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볼 일이겠지만, 자기의 작품 속에 들어 있는 어떤 가짜와 모자람을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이 좋은 글장이가 될 수 없는 법이라는 얘기이다. 예술가란 자기(즉 자기의 작품)가 무슨 가짜 상태나 모라자는 상태에 있는 걸 못견디는 정도에 따라 그 값이 정해지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서영효의 '소금에 관하여'에서 작자는 소금을 "하얀불"이라고 말하면서 그 불이 온몸에 퍼져 몸을 청청하게 하고 꿈도 되살린다고 한다. 맛도 내고 방부제 노릇을 하는 "세상의 소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다만 맞춤범이 까다롭지 않은 낱말, 그래서 틀리기 어려운 낱말들을 몇군데서 틀리게 쓰고 있고, 한자표시 역시 그렇다. 있을 수 있는 실수 같지만 여러군데서 그러면 의심을 받기 쉽다.
 

당선시 : 소금에 관하여

 
 
 
서영효
1970 경남 진주 출생, 한국과학기술대 화공학과

 
소금에 관하여

 
부서진 은비늘이 모여
복귀할 수 없는
원시의 수초를 모래밭에 그리는
하얀 눈물자국.
과학적으로 말하면
이온 결합일 테지만, 미완의 입자들이
손 마주잡고
태양 아래서
날아갈 것은 날아가고
결정을 이룬 무리들이
맛을 낸다.
 
나의 몸이 싱거운 터라
한줌 집어 상처 위로 뿌리니
잊었던 꿈들이
일제히 강줄기 따라
횃불을 밝힌다.
그것은 하얀 불이었구나
피톨이 불을 당겨
곰팡이 홀씨 둥둥 떠다니며
간이나 위, 뼈 위로 꽃피우는
온몸으로
퍼지는 화염
靑靑한 몸이로구나.
출처 : 작가 사상
글쓴이 : 엘시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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