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 오세영 , 김종해
투고작의 전체적인 경향은 대체로 미학적이고 서정적이라는 점에서 90년대 우리 시단의 변화조짐을 예견케 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문학적 패기, 또는 모험이 없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갯바위섬 등대'는 무속적 테마를 시적으로 형상화시키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모든 시가 이러한 세계를 지향해야 될 이유는 없으나 요즘 유행하고 있는 젊은 시인들의 시적 경향에 비추어 볼 때 임영봉 씨의 작품은 충분히 개성적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임영봉씨의 시에는 물론 긴장된 정서적 갈등이나 지적인 이미지의 반짝거림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심원한 상상력의 깊이와 언어를 다루는 남다른 감수성이 있다. 노력하면 앞으로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당선시 : 갯바위섬 등대
임영봉
1960년 금산 출생, 한남대 국문과 졸업
갯바위섬 등대
백년묵은문어가밤마다사람으로변신하여그고을군하나착한처녀를
꼬셨드란다온갖날다도해해떨어지는저녁마다진주를물어다주고진
주를물어다주고장인장모몰래서방노릇석달열흘진주알이서말하고
한되
처녀는달밤이좋아라달밤을기다리고그러던중무서워라냉수사발을
떨어뜨려깨어진날먹구름이끼고달지는어둠새끼손가락약속은무너
지고사랑이보이지않는칠흑같은어둠속아주까리불심지는뱀처럼흔
들거려타는구나
이승에서의신표거울은몸안에돋는가시만보이다갈라지고모든주문
들의효력도별처럼흘러가고돌아오지않는사람을몸달아흘리는신음
으로손에땀적시며문빗장풀어놓고동백기름먹인알몸뚱이꼬며전신
으로기다리는구나
돌연문빗살에엄지손톱만한구멍이뚫리고새가슴으로놀라는어머니
한숨줄기눈물줄기앞서거니뒤서거니줄을잇고아이고폭폭해서나는
못살겠네보름달대신배가불러오는이유끝끝내는쫓겨났드란다
그날이후로빛나는눈빛을생각하며바다를바라보며하루이틀사흘헤
어보는손가락접고진주알진주알문고리휘어지는아히를낳았고아히
가자라면서바라보이는바다는부활이다부활이다
출처 : 작가 사상
글쓴이 : 엘시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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